계란 후라이, 계란찜, 삶은 계란, 계란말이 등 우리 먹거리를 대표하는 것 중의 하나가 계란이다. 도시락 반찬에, 아침식탁에, 술안주에... 특히 삶은 계란은 장거리 기차여행에서 없어서는 안될 만큼 인기 있는 주전부리다. 달걀은 고대로부터 인간에게 가장 잘 알려진 식품으로 동서고금을 통하여 완전 영양식품으로 널리 사랑 받아 왔다. 달걀은 그 고소한 맛과 높은 영양분 외에도 구조의 특이성 때문에 고대인에게 신비감을 일으켜 여러 종교의식이나 제사에 많이 쓰였다. 둥글고 빈틈없는 모양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상징하고 계란을 구성하고 있는 각 부위 즉 난각, 난황, 난백 그리고 난각 바로 밑의 기실은 각각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4원소인 흙, 불, 물 그리고 공기를 나타낸다고 믿었다. 

이처럼 우리에게 친숙하고 맛 좋고 영양 많은 계란은 ‘달걀’ 또는 ‘겨란’이라고도 불린다. 계란과 달걀과 겨란... 이 세 단어는 동일한 사물을 지칭하지만, 달걀은 우리의 토박이말이고 계란과 겨란은 한자어이다. 

‘달걀’이라는 단어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닭의 알'이 그 원래의 형태이다. 그러다가 소유격 조사인 '의'가 단모음 화되어 '이'가 되어 '닭이 알'이 되고, 이것이 변하여 '달걀'이 된 것이다. '계란'은 '닭 계, 알 란' 의 두 한자가 모여서 된 단어이고, '겨란'은 이것이 변화하여 이루어진 단어이다. 달걀과 관련된 속담도 부지기수다. ‘달걀로 바위치기’,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이는 말이고, 이것이나 저것이나 다 마찬가지란 뜻에서 ‘계란이나 달걀이나’, 달걀이 쉽게 깨진다는 특성을 표현하여 매우 조심하여 다루라는 뜻으로 ‘달걀 섬 다루 듯하다’는 말을 쓰며, 가장 중요한 부분을 일컬어 ‘달걀로 치자면 노른자다’란 말이 쓰인다. 그 밖에 어떤 일이든 끝날 때가 있다는 뜻으로 ‘달걀도 굴러가다 서는 모가 있다’란 말도 있다. 





좀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계란에도 뼈가 있다’라는 속담이 있다. 계란을 무수히 깨뜨려 이용해 보았지만 뼈가 있는 계란은 없었는데...라는 생각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이 속담은 운수가 나쁜 사람은 모처럼 좋은 기회가 와도 무엇 하나 뜻대로 되는 일이 없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쉽게 생각해서 계란을 먹으려고 깼는데, 그 속이 곯아 썩어 있다면 그 계란은 먹지 못하고 쓰레기통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의미를 가진 속담으로 ‘재수 없는 포수는 곰을 잡아도 웅담이 없다.’, ‘도둑을 맞으려면 개도 안 짖는다.’, ‘밀가루 장사를 하면 바람이 불고 소금장수를 하면 비가 온다.’ 등이 있다. 

‘계란에도 뼈가 있다’는 말을 사자성어로 표현하면, 계란유골(鷄卵有骨)이 된다. 鷄(닭 계) 卵(알 란) 有(있을 유) 骨(뼈 골). 이 속담에는 재미있는 설화가 담겨 있다. 

조선 세종 때 영의정을 지낸 황희는 워낙 청렴하여 집안 살림이 검소하다 못해 아주 가난했다. 비가 오면 초라한 오두막에서 비가 샐 정도였다. 이 사실을 안 세종대왕은 황희 정승을 어떻게 도와줄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장날을 하루 택해 그 날 한양(지금의 서울)으로 들어오는 성문을 지나는 사람들의 물건을 모두 사서 황희 정승에게 주라고 했다. 장날이 되자 왕의 명을 받은 신하들이 돈 꾸러미를 가지고 성문으로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날따라 새벽부터 비바람이 치더니 하루 종일 그칠 줄을 몰랐다. 당연히 성문을 지나는 사람도 없었다. 날이 저물어 신하들이 막 돌아가려고 하는데 초라한 차림의 시골 노인이 계란 한 꾸러미를 들고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신하들은 그것이나마 사다가 황희 정승 댁에 갖다 주었는데... 아뿔사, 그런데 그 계란마저도 막상 먹으려고 보니 몽땅 곯아빠진 것이었다. 정말 지독히도 재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때부터 '계란에 유골'이라는 속담이 널리 퍼졌는데, '곯다'에서 나는 발음을 그대로 따서 '골'자를 쓴 것이 나중에는 아예 뼈골(骨)자처럼 돼서 '계란에도 뼈가 있다'는 것으로 널리 쓰이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계란에도 뼈가 있다'로 풀이하지 않고 '계란이 곯아있다'로 해석해야 맞는 말이다. 

속담은 구비문학이므로 말로써 전승된다. 오랜 기간 동안 전승되는 과정에서 속담이 만들어지고, 그 속담의 사용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점차 그 속담이 만들어진 유래를 아는 사람이 줄어들게 된다. 그렇게 되면 원래의 속담은 엉뚱하게 변할 수도 있다. 이 속담도 그 중의 하나이다. 





계란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크게 흰자위와 노른자위로 구성되어 있다. 노른자위의 겉 쪽에는 둥글고 하얀 싹과 같은 ‘배’가 있다. 이 배가 자라서 병아리가 된다. 

계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자. 암탉의 난소에서 노른자위가 만들어진다. 노른자위가 커지면서 난관으로 들어간다. 노른자위가 난관을 지나가는 사이에 흰자위와 껍데기가 만들어진다. 계란의 흰자위와 껍데기 등은 세포 성분이 아니고, 난세포가 난관을 지날 때 보호하기 위해 둘러쓰는 난막에 해당된다. 즉 흰자위와 껍데기는 난관의 분비물이 둘러싼 것이고, 실제 세포는 가운데 있는 노른자위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계란의 노른자위와 흰자위는 나누어지게 된 것이다. 노른자위는 단백질이나 지방과 같은 양분이 많이 모여 있는 부분으로 배가 자라는 데에 필요한 양분으로 쓰인다. 





‘계란에도 뼈가 있다’는 속담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계란에 뼈가 생기면 당장 먹지는 못하지만 병아리로 깨어날 확률이 높다. 계란은 부화 시작 1일째부터 머리부분과 척추의 기초가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계란에는 병아리가 될 수 있는 유정란과 병아리가 될 수 없는 무정란으로 나뉜다. 암탉과 수탉이 짝짓기를 해서 낳은 알은 일단 모두 유정란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그 중에는 수정이 안 된 무정란도 있다. 우리가 슈퍼에서 손쉽게 구입해 음식을 해먹는 것이 무정란이다. 만약에 병아리로 부화시키려 한다면 유정란을 사용해야 한다. 

병아리를 인공적으로 부화시키기 위해서는 건강한 알과 온도조절과 습도조절, 운동이 필요하다. 온도, 습도, 환기 등 조건이 좋을 때 부화율은 40∼70% 정도이다. 수정란의 온도는 37.5도가 되도록 유지시켜주는 것이 좋다. 습도는 바닥에 접시와 같은 그릇을 놓아 여기에 물이 마르지 않도록 항상 채워두면, 증발되는 수분으로 내부는 적당한 습도가 유지될 수 있다. 습도가 낮으면 병아리가 깨어 나오기 전에 날개가 껍질에 달라붙어 버리기도 한다. 또한 19일까지 하루에 최소한 2번씩 수정란을 180도 굴려준다. 19일 째부터는 더 이상 수정란을 굴리지 않고 가끔 환기를 시켜주면 21일 째 병아리가 나오게 된다. 

어린 병아리는 어떻게 알 속에서 두꺼운 껍데기를 깰 수 있을까? 병아리의 부리에는 '난치'라는 것이 있어 두꺼운 껍데기를 쪼을 수 있다. 이 '난치'는 병아리가 자라면서 떨어져 나간다. 난각을 쪼기 바로 직전에 배 속으로 완전히 함입된 난황은 발생 후 72시간까지의 식량이 된다. 따라서 알에서 나온 후 하루 정도는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잠만 잔다. 이 때쯤이면 허파는 완전히 기능을 발휘하게 된다. 10~20시간의 끊임없는 혼신의 근육운동을 통해 큰 울음소리와 함께 껍데기가 갈라지며 껍질을 뒤집어 쓴 채 병아리가 나온다. 처음 깨어 물기가 마르지 않았을 때는 앙상해 보이는 것이 볼품이 없지만, 1~2시간 정도 지나면 털이 마르고 아주 복슬복슬한 모습이 된다. 





계란은 모든 영양소가 고루 들어있는 우수한 식품이다. 단백질은 100g 중에 13g 정도로, 우리 몸에 필요한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지방의 대부분은 노른자에 들어있는데, 소화되기 쉬운 형태로 되어 있다. 

유태인들만큼 삶은 계란을 좋아하는 민족도 흔치 않다. 그들은 고통의 날이나 환희의 날엔 언제나 삶은 계란을 먹는다고 한다. 삶은 계란을 먹으며 그들이 받았던 고통과 굴욕의 교훈을 되새긴다고 한다. 삶은 계란의 의미는 무엇인가? 대개의 음식물은 삶을수록 부드러워지지만 계란만은 삶을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속성을 갖고 있다. 유태인들은 고난이나 실패가 인간을 강하게 단단하게 만든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활절 날 교회에 가면 삶은 계란을 주는 풍습이 있다. 

죽은 듯이 보이는 계란 속에도 생명이 있어 단단한 알껍데기를 부수고 태어나는 병아리... 고통과 인내를 감내하는 병아리 정신을 본 받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