꺅꺅, 삑사리의 달인

-지금도 그때가 생각날 때마다 이불 속에 머리를 처박고 꺅꺅! 소리를 지른다.

 

 

1. 초등 1학년 운동회 연습 날

 

언니에게 물려받은 낡은 체육복 고무줄이 끊어져

흘러내리는 줄 모르고 하나 둘! 하나 둘! 걷고 있는데

운동장에 모인 전교생이 키득키득 웃는 소리가 들려왔지

바지가 흘러내린 줄 모르던 나에게 선생님이 급히 달려와

바지를 추켜올려 주었지

 

2. 스무 살 때는

 

풋사랑에 괴로워하던 나를

친구들은 대학로에서 위로주를 샀지

깜깜한 밤하늘을 보고 바보! 바보! 고래고래 소리치며

덜 익은 사랑을 한숨으로 허공에 날려 버렸지

 

3. 오늘도 삶의 수레바퀴 톱니 삐거덕거려

 

내 아음 몰라 주는 남편 앞에서 마스카라 번져

흘러내리는 줄 모르고 철없는 아이처럼 엉엉 울기도 하지

 

말 달려오는 나의 숨 가쁜 훅백 시간들

그러나 아직도 내 인생은

 

삑사리 속 현재 진행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