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 낙찰계 타는 날

아주 가까운 누군가의 영결식에 다녀오는 길이라는 동생 전화

요즘은 백 리까지도 잘들 걸어 가더만 그분은!

칠십리도 못가고 일찍 가셨다고 안타까워한다

니 말 저 말 끝에 뜬금없이

'언니는 우리 육남매 중에서 몇번째로 죽고 싶어' 묻는다

순간 웃음이 터져 웃긴 했지만 내내 잠 못 이루게 되더군

일등으로 죽으면 내가 넷째인데 너무 손해 보는 것 같고

꼴등으로 죽으면 형제들 몫까지 죄다 긁어모아 살면서 불평불만 투성이 일 것 같아

벽에 떵칠이라도 하면 확 깰 것 같기에

그래서 중간즘 죽는 게 그중 낫겠다 대답을 마련했네

- 세상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어딨고 인생에 정답이 어찌 있겠나 -

그저 새끼들하고 수젓가락 부딪혀가며

살구배 불뚝 나오게 밥 먹고 지지고 볶고 살다가

나도 모르게 가는 거지

그렇게 다 잊어버리고 세월 곗돈 따박따박 붓다 보면

언젠가 나도 저승 낙찰계 타는 그런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