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온날의 회상...|

 

오늘 처럼 눈이 내린 날에는 

언제나 나 어렸을 적엔.. 이란 회상이 든다.

모든 세상이 하얂게만 변해있는 시골 정경과 흑백으로 바뀌어있는 도시의 정경을 비교하며.. ^^

 

다섯살 때쯤 기억인듯 싶다.

우리집 앞에는 작은 산이 있었다.

지금이야 작은 산이지만 그땐 꽤 높아 보였고 위험해 보였다. 

그 산을 오르는 길은 두군데,  지그재그로 바위를 타고 올라가는 길과 완만한 경사의 흙 길.

나보다 훨씬 나이 많은 동네 형들이 바위길로 올라다니는 걸 보며 부러움과,

엄마의 절대 그런데 올라가지 말라는 말씀 속에서 난 항상 산밑턱 어른 키 정도만 올라갔고 더이상  올라가질 못했다.. 무섭기도 했다 떨어지면 어쩌지.. ^^;

산이 있으니 오른다는 어는 산사람의 말처럼.. (물론 그땐 이런 말 몰랐다) 

어느날 동네 형이 발 디딜 곳을 일일이 알려주면서 한발 한발 위로 올라가는데..

한 발을 디딜 때마다 약간의 짜릿함과 약간의 현기증과 약간의 주저함과 약간의 허공에 뜬듯한 느낌을 갖고.. 정상에 도착.. 난생 처음 겪은 모험이었다.

뿌듯함. 그러나 이 뿌듯함은 엄마한테 이야기 하지는 않았다. 하지 말라는걸 했기때문에.. ^^;

 

다섯살..

나 혼자..

그 위험한 산을 올랐고,

온 동네를 다 뛰어다녔고,

나름대로 물고기 잡겠다고 냇가에 가서 물장난을 했던 나이.

 

지금 도은이가 다섯살이다.

다섯살이면.. 온 동네를 뛰어 놀고, 동네 형들 노는 일에 끼어 들고, 동네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나이건만... 서울 한복판.. 대문밖에만 나가면 걱정이 꼬리를 무는 환경에서 TV, 비디오, 컴퓨터 만 즐기는 도은이를 볼 때마다 안타깝고 미안스럽기만 하다.

 

부모가 아둥바둥 살아가기 위해 아이들 한테 아주 소중한 것들을 못주고 있는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