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커의 참회록

 

 

10년 넘게 사용한 이메일을 해킹 당했네

수많은 편지와 사진들이 순식간에 온데간데없어졌다

속상헤 일주일 넘게 숨부통 앓는 총각

처럼 낑낑거렸고

절대 용서 못힌디고 죄 없는 컴퓨터만 주먹으로 내리쳤다.

 

사실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해커였으리라

한번쯤 해커인 나를 용서 못한다고

울부짖고 몸부림친 사람이 있었겠지

허락도 없이 그의 마음속을 해킹했고

그의 첫사랑 추억 파일을 마비시켰지

 

해커는 중범죄

컴퓨터 없이 누군가를 해킹할 수 있는 우리는 고난도 해커들이다

내가 자식이었을 때 수시로

부모님 마음속을 해킹해 시린 가슴에 대못치고 헤집어 놓았었지

내가 부모 된 지금

다시 새 메일 만들어 놓으면 수시로 마음에 해킹헤 들어오는

자식들한테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겟나

자시과 부모, 연인 사이, 너와 나, 우리 모두

수갑 안 찬 범죄자 헤커다

우주의 소리없는 미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