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요리책

-신혼 무렵 화려한 경력과 시아버지 자랑이 빼곡한

  요리 선생의 책 한 권을 구입했는데

일기처럼 기록된 그 선생의 나날들

67년 3월 27일 손님 초대 메뉴는

민어밀쌈, 해파리냉채, 떡 등 그 시절 웬만한 사람들은 구경도 못했던,

듣도 보도 못한 무서운 음식들이 즐비했다

- 우연히도 67년 3월 27일은 내 생일 -

일찍 돌아가신 엄마는 가난한 내 아버지 탓에

늙은 가물치 한 마리 꿈도 못 꾸고

뜨끈한 미역국 맘 놓고 훌훌 마시지도 못했을 텐데......

그 뒤로는 왠지

가슴팍이 떡! 빠개지게 아파서

그 자랑스러운, 무서운 책을

한번도 열어 보지 못했네